유튜브에서 유명한 충주맨 김선태 주무관을 『충주맨 김선태, 6급 사생활』 이란 제목으로 밀리의 서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직장인으로서 그의 8년 간 공무원 생활의 경험들이 녹아내려져 있는 조언들을 지나칠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직장생활을 더 잘할 수 있는지, 회사 안팎에서의 생활을 어떻게 꾸려나가면 좋을지 등을 알 수 있는 책이었다.
구성 및 본문
밀리의 서재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이 전자책은 저자인 김선태 주무관이 독자들이 남겨준 질문에 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한 연재를 묶어 발간하였다. 아래와 같이 세 개의 큰 주제로 질문들을 분류하였고, 각 챕터마다 연관된 질문들이 소제목이 되어 이 책을 구성하고 있다.
Chapter.1 일하는 사람들
Chapter.2 일과 나
Chapter.3 일 밖의 이야기
직장인인 밀리의 서재 독자들의 질문들은 대다수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있거나 혹은 자극적이면서도 흥미를 끌기 때문에 단숨에 읽어나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이 책의 분량이 100페이지 이내이기 때문에 더욱더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기 전에 잠깐씩 읽어봐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기
평소 김선태 주무관의 유튜브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간혹 알고리즘에 의해 한 번씩 그가 만든 영상들을 볼 기회가 있었다. 볼 때마다 신박하다, 신선하다, 참신하다, 창의적이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영상이었다. 대개 충주맨의 영상들의 길이가 길지 않기 때문에 적은 시간 내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아야 할 텐데 그 포인트를 정확하게 잘 아는듯한 느낌을 주었고, 순식간에 터져버리는 도파민 때문에 충주맨의 영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다른 영상들도 이어서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다 밀리의 서재에 김선태 주무관의 이름이 보이길래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김선태 주무관이 출연한 예능과 인터뷰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의 사고방식이 유연하게 조직에 녹아들면서도 최대한 조직의 눈 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적정한 선을 지키며 B급 감성을 잘 지켜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단순히 영상을 위해서 유머를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김선태 주무관이라는 사람 자체와 그의 일상이 유머로 얼룩졌다고나 할까. 그에 대한 인상이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1. 워라밸
김선태 주무관이 B급 감성으로 유명하다고 해서 그가 절대 가벼운 사람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다년간의 직장생활, 그것도 융통성이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답답한 고구마 같은 공무원 조직에서 지금까지 버텨낸 자이기 때문에 그가 주는 조언들은 정말이지 정도를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명하면서도 삶의 지혜가 묻어나는 그의 조언에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은 그가 워라밸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한 부분이다.
꼭 '나를 즐겁게 만드는 일을 찾아', 하는 것도 아니고,
'일과 분리해서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행복한 삶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내가 무엇에 즐거워하고 행복을 느끼는지를 생각해보는 게
워라밸을 맞춰나가는 시작점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생각해보면, 우리의 행복을 위해서
재미를 찾는 것이 결국 우리 삶의 목적 아닐까요? (p. 68)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워라밸에 대해 심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답이기도 하다. 대개는 워라밸이 정시에 퇴근하여 회사에서 벗어난 삶을 즐기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회사에 있지 않는다고 해서 워라밸이라 할 수 있을까.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는 업무가 나에게 큰 만족감을 가져다주고 야근하는 것조차 행복하다면, 굳이 칼퇴를 한다는 것에 워라밸의 기준점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김선태 주무관의 조언은 워라밸의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했다.
2. 재테크
직장인이 일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돈을 버는 것이다 보니, 재테크에 대한 질문도 자연스레 포함되어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가 주식투자를 한 경험이 있는지 몰랐었다. 아무래도 성실한 공무원으로 오래 일을 하였으니 차곡차곡 저축을 했겠지란 편견이 내 안에 있었던 것 같다. 주식에 손을 댄 그는 이 책에서 투자 실패를 언급하며 성실히 저축하라고 조언한다.
그냥 저축하십시오.
꼭 주식에 손을 대고 싶다면 S&P500 사십시오.
지수에 투자하세요.
섣부른 개별 주식 투자는 본인을 망치게 됩니다.
개별주식의 큰 변동성은 본인을 피폐하게 만듭니다.
저처럼 됩니다.
...
제 말대로 실천하고 30년 후에 밥이나 사십시오.
그때 제가 살아 있다면. (p. 77)
'30년 후에 밥을 사라'는 그의 말에서 주식투자의 실패로 그가 얼마나 뼈저리게 괴로웠으며 지금까지도 후회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주식에 실패한 그가 지수에는 투자하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S&P500에 현혹될 뻔했지만, 쉽게 얻어지는 돈은 소중히 하게 되지 않으므로 결코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더 컸다.
3. 나에 대한 뒷담화
직장인들이라면 한 번쯤은 나를 뒤에서 씹어대는 동료를 마주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제껏 만나본 적 없다고? 그건 그저 내 귀에까지 들리지 않았을 뿐, 거의 100%의 확률로 뒤에서 당신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이 세상은 내가 아닌 서로 다른 사람들의 조화로 이루어져 있다. 나랑 다른 생각을 가진 자들이 넘쳐나고, 같은 것을 보고서도 무한대로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 있는 자들과 일을 하는데 어찌 늘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단 말인가. 오해는 쌓이고 이해는 멀어지고 충돌은 발생한다. 당연한 세상의 순리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뒷담화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대개는 목적이 뚜렷하다. 상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이들과 이야기함으로써 1) 나 자신의 생각에 동조를 얻고 확신을 가지고 싶거나, 2) 그저 상대를 비난하며 나의 미천한 열등감을 상쇄하고 싶은 것일 수도 있다. 3) 그냥 성격이 더러울 수도 있거나 4) 상처를 잘 받는 성향이라 자기 방어 기제로 사용될 수도 있다. 이유야 수도 없이 많으며,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확률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뒷담화를 피해 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뒷담화를 피할 수 없다고 직장생활을 안 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김선태 주무관은 다음과 같은 조언을 제시한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특히 제 욕을 많이 하고 다니는 동료가 있었죠.
당시에는 저 또한 마음이 많이 고단했습니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그저 모르는 척 시간을 보냈죠.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요.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결국 그런 사람은 들통나게 되어 있다는 것이죠.
...
저 개인적으로는 무시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어차피 그런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사람도
정상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를 인정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집중하기에도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pp. 20-21)
가장 와닿았던 것은 뒷담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사람도 정상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대개 뒷담화는 무리 지어 행해지게 된다. 그런데 꼭 나와 같이 일해보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내 뒷담화의 열차에 탑승해 있는 걸 보면서, 도대체 저 사람들은 경험해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지레짐작하고 망상하는 그 두뇌로 어떻게 정상적으로 일을 하는 것인가 궁금했었다. 물론 개인적인 경험상,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한다거나 잘하지는 않았다. 그저 제 주변의 목소리 큰 사람에게 빌붙어서 가늘고 길게 회사생활을 마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일까.
분명 뒷담화 때문에 회사생활이 힘든 분들이 있기에 김선태 주무관의 현명한 조언이 힘이 되기를 바라며 책을 읽어 내려갔던 것 같다. 이 세상의 모든 직장인들에게 과거를 되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며 자신에게 더 나은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는 조언들이 가득 담긴 책이었다.
밀리의 서재에서만 만나볼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지는 않지만, 댓글을 보니 이 책을 읽기 위해 밀리의 서재를 구독한 분들도 계시더라. 혹여 이 책이 궁금하신 분들은 한 달 구독권을 결제하고 김선태 주무관의 진심이 담긴 따뜻하고도 현실적인 조언들을 읽어보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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