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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손웅정 | 구성·본문·후기·도서 리뷰(서평)

도서 리뷰어로서 하루 1-2권의 책을 읽지만, 인간적인 감탄을 안겨준 책은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를 읽는 동안 손웅정이라는 인간에 대한 경외와 존경으로 양쪽 팔에 소름이 돋고 말았다. 왜 소름이 돋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이제부터 손웅정의 책에 대한 후기, 리뷰를 남겨보겠다. 

 

책 표지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손웅정

 

 

구성 및 본문

 

이 책은 총 7개의 덩어리로 나뉘어 있다. 저자가 나누어 둔 분류 그대로 7개의 장 제목을 모두 살려서 각 장에 해당하는 인상 깊은 이야기들을 나누어보도록 하겠다. 사실 이미 '들어가며 | 부끄러움을 무릅쓰고'라는 책의 첫 장에서부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담박하다.
욕심이 없고 마음이 깨끗한 상태를 말하는 단어입니다.
사전 속 이 하나의 단어 안에
제가 추구하는 삶이 다 담겨 있습니다. (p. 7) 

 

 

'담박하다'라는 단어를 생애 살면서 들어본 적이 없었다. 몇 십 년 동안 들어본 적 없었던 단어였기에 생소하기도 하였으나, 한 단어 안에 자신의 인생을 모두 함축한 손웅정 감독의 겸손함에 몇 초간 생각을 멈추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기에서 더 자세히 언급하겠으나, 시작하는 페이지에서부터 손웅정 감독이 마치 도인처럼 느껴졌었다. 

 

 

1 성찰

 

저자는 손흥민 선수가 어릴 적부터 '항상 우리 욕심 버리고 마음 비우고 살자'라고 말해왔다고 한다. 그러한 마음가짐은 삶의 태도로도 보였는데, 저자는 잡다한 것들로 집 안이 채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여 꼭 있어야 할 것이 제자리에 있고 정돈된 모습을 유지한다. 심지어는 손흥민 선수가 훈련소에서 사격훈련을 마치고 가져온 표적지마저도 정리해 버리자고 말한다. 이는 저자가 좋은 성적, 훌륭한 결과물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핵심은 내가 최선을 다했고 그와 더불어 해야 할 일을 행복하게 잘 마쳤으며, 자신이 그 일에 얼마나 성실히 임했는가란 본질을 아는 데에 있다.(p. 25) 

 

  • '축구보다 사람이 먼저다!'
  • 운칠기삼: "모든 것은 운이 좋아 이루어진 일이다."
  • 삶 앞에서 겸손한 마음
  • 초심을 지키는 마음

 

위와 같이 저자가 중요시 여기며 강조하는 여러 이야기들이 녹아져 있다. 1장에서는 저자가 생각하는 인생의 덕목과 태도를 중점적으로 말한다. 물론 손웅정 감독으로서, 전 축구 국가대표로서 살아온 저자의 발자취는 1장뿐만 아니라 모든 장에 걸쳐서 언급되어 있으니 되도록 전문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과거 축구선수였던 저자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인해 스물 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은퇴를 결정한다.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이 있었기에 주변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막노동부터 생계를 위해 일을 해왔다. 그런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1) 공 차는 것, 2) 체육관에서 운동하는 것, 3) 운동장에서 뛰는 것, 4) 사색하는 것, 5) 책 읽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이들과 운동장에 함께 있을 때 그리고 책을 읽고 사색하는 것이다. 

 

 

 

 

2 집념

 

2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손웅정 감독의 어린시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얼마나 치열하고 간절하게 축구선수의 꿈을 그려왔는지, 2장을 펼친 지 몇 페이지가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된다. 저자의 어린 시절 별명은 '연습벌레, 숙소귀신'일 정도로 지독하게 단체 및 개인 훈련을 수행하고, 몸에 나쁜 것은 일절 먹지 않았다.

 

육상을 시작한 국민학교 3학년 시절부터 아침마다 혼자 훈련했고, 새벽에 일어나면 마당과 화장실까지 비질을 하고 나서 비탈진 언덕길을 달렸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농사일을 도와 드리고 오후에는 축구부 정식훈련을, 밤에는 다시 개인훈련을 시작했다. 그렇게 6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훈련, 오후 훈련, 밤 훈련을 하며 살았다고 한다. 

 

중고등학생 시절, 혼자 새벽에 일어나 훈련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잠자리에서 몸은 일으켰는데 너무나 졸려 꾸벅꾸벅 졸고 있을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너 지금 흘러가는 이 시간, 네 인생에서 다시는 안 와."
그러면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p. 77)

 

 

그리고 그 안에서 저자는 결정적인 순간에 선수를 '물건'으로 취급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단순히 축구의 세계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선수들이 겪어왔던 고질병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저자는 좋은 지도자란 바로 '기회를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음을 밝힌다. 

 

 

 

3 기본

 

저자는 과거 선수생활을 통해 이십 대 후반부터 선수의 기량은 전적으로 어릴 때 쌓은 기본기에 달려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을 반영하여 선수가 스물다섯 살 정도가 됐을 때 최고의 기량을 낼 수 있도록 각 시기에 맞춰 단계별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손흥민 선수를 가르쳤다. 손흥민 선수의 기본기를 채우기 위해 걸린 시간은 7년이라고 한다. 동시에 손흥민 선수를 포함하여 기량이 뛰어난 인재들의 출현은 결국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기본기가 그때에서 발현된 것임을 강조한다. 

 

능력은 없지만 좋은 지도자,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고민했고 연구했다.
오직 축구만 생각했다. (p. 88) 

 

 

손흥민 선수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축구를 하면서 '돈을 위해 살지 않고 진정으로 자신들의 원하는 삶을 살기를 바랐다'라고 한다. 과거에도, 현실에도 어떤 부모들은 자신의 목표가 아이의 행복보다 우선함을 역설하며,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야 함을 중요하게 말한다. "욕심이 차면 그 틈새로 따라붙는 것이 불안과 초조이다."(p. 103) 

 

 

4 철학

 

4장은 저자의 책 사랑으로 포문을 연다. 그 어떤 책을 집어 들어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나면 그 안에서 배울 것이 적어도 한 두 가지는 꼭 남는다며, 저자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축구'와 '헬스'와 관련된 책은 죄다 찾아 읽었다고 한다. 그리고 손흥민 선수가 '책을 좋아하는 선수'가 되기를 바랐기에 볼컨트롤 훈련을 하는 동안에도 항상 책을 읽도록 교육을 시켰단다. 오죽하면 저자는 자기 스스로에게서 축구를 빼고 남는 것은 바로 '책 읽기' 한 가지라고 말할 정도이다. 

 

손웅정 감독이 책을 읽는 법은 다음과 같다. 1회독에서는 검은색 펜으로 중요한 대목을 표시하고 메모한다. 2 회독에서는 파란색 펜으로 같은 방법을 적용하고, 3 회독에서는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만을 빨간색 펜으로 표기한다. 이후 도움이 되는 문구들은 모두 독서노트에 옮겨 적고, 시간이 날 때마다 독서노트를 반복해서 읽는다고 한다. 책 내용 중 좋은 내용들은 그 페이지를 접어 손흥윤, 손흥민 선수에게 읽게 했다.

 

내가 아무리 축구에 미쳐 있는 놈이라 해도
내가 축구라는 매개로 의도하는 모든 행위는
딱 한 마디로 줄이면 결국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p. 121)

 

성공보다 앞서야 하는 것이 성장이다.
나를 성장시키려고 마음먹었을 때,
나를 초월하고 나를 넘어서겠다고 다짐했을 때
성장이 찾아온다. (p. 133) 

 

겸손하라. 네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다 너의 것이 아니다.
감사하라. 세상은 감사하는 자의 것이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라.
마음을 비운 사람보다 무서운 사람은 없다. (p. 139) 

 

 

 

 

5 기회

 

5장에서는 손흥민 선수에게 출전의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을 때, 다시 다가올 기회를 위해 준비했던 모습이 담긴다. 저자는 손흥민 선수가 막 독일에서 유소년 선수로 활동했을 당시 전담 마사지 선생님을 큰돈을 들여 독일로 모시는 등 몸 관리에 소홀히 하지 않았다. 손흥민 선수에게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해주었다고 한다. 

 

네가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나태하거나 게으르거나,
남하고 똑같이 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
남 잘 때 같이 자고 남 먹을 때 같이 먹고
남 놀 때 같이 놀면 절대 남을 앞서갈 수 없다. (p. 178)

 

 

6 감사와 겸손

 

저자는 손흥민 선수가 함부르크와 계약을 마친 후, 숙소 근처의 여인숙 같은 곳에서 3년 간의 생활을 시작한다. 3평 남짓한 방, 조식으로 제공하는 빵 몇 조각을 먹는 게 가장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이었고, 손흥민 선수의 케어를 마치면 차디찬 방으로 돌아와 한 시간을 넘게 몸을 덥히고 잠에 들기를 반복한다. 이 모든 건 손흥민 선수의 훈련과 뒷바라지를 위해서였다. 

 

삶에서는 늘 아래를 바라보고, 축구에서는 항상 위를 보아라. (p. 210) 

 

 

7 행복

 

공 차는 게 좋아 축구를 하겠다는 어린시절의 손흥윤, 손흥민 선수에게 저자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제대로 된 교육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실천하는 것뿐이었다. 과거 저자가 경험한 축구가 아닌 다른 축구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단다. 저자는 지금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것들을 지키려 노력하고, 아이들이 번 돈은 철저히 선을 긋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독서에서 행복을 느낀다. 저자를 성장시키고 성숙시키고 변화시켜 온 것이 바로 책이었음을 밝히며, 우리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 책임을 재차 강조한다. 지금도 읽고 싶은 책들을 20, 30권씩 모아서 주문을 하고 한국에서 배송 오기를 기다리는 날이 설렌다고 하는 저자이다.

 

결론은, 책이다.
독서는 다른 나라, 다른 세대, 다른 환경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그보다 더좋은 것이 어디 있을까.
독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p. 232)

 

 

 

 

 

후기

 

처음에는 오해를 했었다. 축구를 크게 좋아하지 않았고, 주변에서 '쏘니'가 들려도 손흥민 선수에 대해서도 알고자 하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손흥민 선수와 타 선수들이 연관된 이슈들이 뉴스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손흥민 선수에 대해 검색하다가 그의 아버지인 손웅정 감독에 대해서도 검색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포털 사이트에서 손웅정 감독이 쓴 책을 보았고, 밀리의 서재에서 검색을 해보니 최근의 책은 아니지만 몇 년 전에 발간한 책이 있길래 바로 읽어 보았다. 

 

손웅정 감독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이미 유명인인 그가 책을 썼다면 당연히도 배후에 대필 작가가 있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그가 쓴 글을 다듬는 윤문 작가라도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은 순간, 그게 아니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아마 손웅정 감독의 최신저서를 읽어보면 더 확연해질 것이나 지금에서는 이 책이 그가 오로지 쓴 글이라 생각된다. 

 

손웅정 감독이란 사람은 정말 축구에 미쳐있었다. 다시 말해, 이루 말할 수 없이 대단한 사람이다. 감히 뭐라 말할 수 없는 의지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어찌 사람의 의지와 집념이 그렇게 강할 수 있는 것인지 크나큰 이질감에 경외로움까지 느껴졌다. 생각해보면, 아버지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이 정도의 의지를 가졌기에 손흥민이라는 혜성 같은 축구선수가 탄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저자의 책을 읽고, 그가 어떤 집안에서 자랐으며 그의 부모님은 어떠한 분이셨는지, 혹은 유년 시절을 보냈던 당시 함께 지냈던 집안어른들이 어떠하였을지가 궁금해졌다. 그가 어릴 적, 누군가의 영향을 받아 이렇게 성실하고도 강한 집념을 가지게 된 것인지 아니면 그가 주변의 상황들을 통해 무언가를 깨닫고서 삶의 태도를 스스로 갖추게 된 것인지 알고 싶었다.  (저자의 신간에서는 과연 알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나의 삶은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나뉜다. 손웅정 감독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 때에는, 내 주변에 이 정도로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 거의 전무했기에 나도 그렇게 살지 않아도 괜찮겠지, 란 생각에 압도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의 인생을 알고 있는 지금은, 나 자신이 너무나 나태하고 무기력하고 자기 합리화에 빠져있었으며 어리석었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손웅정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를 제대로 체득하지 못한 것이다. 그는 그의 삶을 말하였으나, 이미 사회의 많은 이들에게 경종을 던질만한 이야기들을 여러 번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조금 더, 다가올 내일을 그와 같은 태도로 살아보고자 한다. 내가 세운 목표 아래, 하고자 하는 공부와 업무를 더욱 성실히 해내고 싶다. 손웅정 감독의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는 삶의 자극이 필요하거나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바치고픈 책이다. 꼭 전문을 읽어보시길 바라며, 이로써 후기를 마친다.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교보문고 단독 양장본)
‘겸손하라. 네게 주어진 모든 것들은 다 너의 것이 아니다’, ‘감사하라. 세상은 감사하는 자의 것이다’, ‘삶을 멀리 봐라.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라’…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이자 축구 지도자로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손웅정 감독의 메시지는 ‘삶의 본질’에 초점이 맞춰 있다. 축구선수로 뛰던 자신의 경험을 반추하며 ‘나처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손흥민 선수를 직접 교육했고,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술을 가르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닌 선수로, 사람으로 길러야 한다고 믿었다. 손웅정의 교육 방향, 삶의 방식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는 이 책을 통해 최초로 자신의 삶의 궤적과 생각들을 담담히 풀어놓았다. 그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그의 철학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어린 시절 가난도 막을 수 없던 축구에 대한 의지, 축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담금질한 시간들, 프로선수 시절과 은퇴 후 녹록하지 않던 시절 이야기, 아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며 연구하고 개발한 훈련법들, 손흥민 선수와 함께 독일과 영국에서 생활하며 쌓아온 생각들…. 평생에 걸쳐 책으로 받은 은혜가 너무도 컸다고 말하는 손웅정 감독은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을 담아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했던 손웅정의 축구 철학, 교육 철학, 삶의 철학은 우리 삶의 또 하나의 지침서가 될 것이다.
저자
손웅정
출판
수오서재
출판일
2021.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