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홍콩으로 떠나기 위해 혼자 인천공항을 찾았다. 혼자 여행을 왔으니 일행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어 여유롭기도 했고, 언젠가 한 번은 여행길에 책을 읽는 낭만을 이뤄내고 싶었다. 그리하여 찾은 곳이 인천공항 내 서점. 그곳에서 비행기 이동 중에 1-2시간 내로 읽을 수 있는, 너무 길지 않은 책을 찾다가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이번 포스팅은 여행의 이유를 담은 본문과 후기이다.
김영하 작가를 좋아해서 이미 그 해에 김영하 작가가 쓴 모든 에세이는 다 읽었던 터였다. 그 당시에는 병적으로 소설을 멀리하던 때였기 때문에 더더욱 에세이를 찾았기도 했는데, 여행을 가려는 시점에서 김영하 작가가 쓴 여행 에세이를 고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의 조화랄까. 분량도 너무 길지 않았기에 아주 최적이었다. 그리고 나는 홍콩으로 이동하는 비행기 안에서 이 책을 다 읽고 만다.
구성 및 후기
차례는 아래와 같이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각각의 이야기들은 그 어느 것 하나 무의미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흔들리는 오후의 비행기 안에서 이 책을 끊김 없이 다 읽을 수 있었던 건 모든 이야기 하나하나가 계속 생각하도록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추방과 멀미
상처를 몽땅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오직 현재
여행하는 인간, 호모 비아토르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여행
그림자를 판 사나이
아폴로 8호에서 보내온 사진
노바디의 여행
여행으로 돌아가다
작가의 말
여러 꼭지 중에서도 첫 번째인 '추방과 멀미' 파트에서는 하나의 이야기가 적혀있지 않다. 소설을 쓰러 중국으로 떠났다가 비자가 준비되지 않아 중국에서 추방당한 작가 개인의 경험,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보내드린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와 중국 여행 중 만난 인연 덕분에 무사히 대학원 입학시험을 치르고 험한 꼴을 피할 수 있던 기억 등이 서술되어 있다. 하나의 주제하에서도 작가의 다양한 생각을 읽어볼 수 있기에 더욱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은 나에게 생각의 기회를 제공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김영하 작가의 과거를 엿볼 수 있어서도 유의미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의 김영하 작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면 그리 재미없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경험이 결코 평범하지도 않았기에 객관성의 눈으로 보아도 그것들은 재미있었다.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스토아 학파의 철학자들이 거듭하여 말한 것처럼
미래에 대한 근심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고 현재에 집중할 때,
인간은 흔들림 없는 평온의 상태에 근접한다. (pp. 109-110)
실뱅 테송의 말처럼 여행이 약탈이라면 여행은 일상에서 결핍된 어떤 것을 찾으러 떠나는 것이다.
우리가 늘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라면 뭐하러 그 먼길을 떠나겠는가. (p. 179)
김영하 작가 개인의 경험과 간혹 소개되는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는 서로 잘 어우러져 생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들어보았거나 흔히 접해본 사건일 수도 있지만 그 상황 속에 놓였던 김영하 작가의 생각은 처음 마주 할 테니 김영하의 시각으로 서술되는 여행의 조각들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해외여행을 떠날 때마다 공항에서 혹은 비행기 안에서 읽으면 좋을 책이다,라고 거듭 생각했다.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고 책을 덮은 시점에서는 여행지에 도착하기 전에 여행의 의미가 무엇인지 곱씹어보고, 내가 왜 여행을 가고자 했는지 그리고 여행에서 무엇을 만나길 기대하고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수 있었다. 어쩌면 내게 익숙하지 않은 곳을 간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미 여러 미디어 매체를 통해서 접해버린 그 곳의 모습들이 새롭지 않고 익숙해져 버린 탓일지 혹은 새로운 곳을 마주할 때 받을 충격에 대비하여 작용하는 무의식의 힘일지도 모르겠지만, 여행은 언제나가 설렐 뿐이라는 걸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김영하 작가의 언어는 무던한 듯하면서도 여행의 설렘을 더욱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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