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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문학

『셜록을 찾아서』 - 표창원 | 구성·후기·도서 리뷰(서평)

프로파일러 표창원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작가로서의 표창원은 『셜록을 찾아서』 라는 책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그의 문체는 어떨지 궁금해졌기에 읽지 않을 수가 없었던 책. 이번 포스팅에서는 『셜록을 찾아서』 의 구성과 후기를 소개해본다.

 

책 표지
『셜록을 찾아서』 - 표창원

 

 

책과의 만남

 

밀리의 서재를 뒤지다가 발견한 책이었다. 평소에 추리소설도 좋아하고 에세이도 좋아하기에 '추리여행 에세이'라는 타이틀을 단 이 책을 보고 있자니 도무지 손이 안 갈래야 안 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전직 프로파일러였던 표창원 교수가 저자라니 그의 시각으로 본 셜록 홈스가 어떤 모습일지, 어떻게 설명할지도 궁금해졌다.

 

어쩌면 프로파일링 전문가인 표창원 교수가 셜록 홈즈에 관심이 있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는데, 나는 그가 엄청난 현실을 다루어야만 하는 프로파일러라는 이유로 소설 속 인물인 셜록 홈스와는 무관할 것이라 지레짐작했었다. 나의 근거 없는 편견을 깨뜨리는 책이기도 했다.

 

 

 

구성 및 후기

 

저자 설명을 살펴보면, 저자가 그간 추리 소설을 저술했다고 나와있다. 표창원의 소설? 들어본 적이 없다. 세간에 알려진 소설인지도 의문이었기에 검색을 해보니 2019년에 『운종가의 색목인들』이라는 소설을 발간했다고 한다. 기사의 수는 많지는 않았다. 이 소설은 셜록 홈즈가 조선 땅에서 연쇄살인마를 추전 한다는 내용이란다. 북리뷰를 작성하면서 좋은 점들 중에 하나는, 계속 읽고 싶은 책들을 우연찮게 간간히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조만간 이 소설을 읽고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또한, 앞으로 은퇴 후 정치 일선 경험을 접목한 정치 스릴러 소설을 집필하고자 한다니 이 소설 또한 후에 발간이 된다면 꼭 읽어보도록 해야겠다. 

 

 
운종가의 색목인들
프로파일러, 국회의원 표창원과 《죽어야 사는 남자》의 저자 손선영의 소설 『운종가의 색목인들』. 1891년 〈마지막 사건〉을 끝으로 최후를 맞이한 셜록 홈즈가 1894년 〈빈집의 모험〉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3년간 누빈 무대는 다름 아닌, 조선이었다는 가정 하에 써내려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편에 중독된 채 조선에 오게 된 셜록 홈즈. 그를 보살피며 간호하던 와선은 제물포에서 대리 공사 닥터 알렌을 만난다. 알렌은 홈즈를 살려내려 하고, 와선 또한 정성으로 보살핀다. 그때 조선에 해괴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내직로 부윤은 알렌과 와선과 홈즈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추적해가는데….
저자
표창원, 손선영
출판
엔트리
출판일
2016.07.08

 

 

목차 구성은 다음과 같다. 목차를 살펴보면, 제목에 적힌대로 셜록 홈스만 뒤쫓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장이 셜록 홈스의 이야기이기는 하다. 이 책을 읽으며 눈여겨볼 점 중 하나는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이다. 글로만 읽으면 지칠 수 있는 눈을 잠시 쉬어가게 해주는 부분 부분에 삽입되어 있으니 참고하셔라.

 

 

프롤로그

추락: 스위스 라이헨바흐 폭포 | 크라임씬 - 셜록 홈스 사망 사건의 현장

흔적: 스위스 마이링겐 | 코난 도일은 왜 셜록 홈스를 살해하려 했을까?

추적: 프랑스 그라스 | 세계 향수의 수도에서 연쇄 살인범을 쫓다

함정: 프랑스 라꼬스테 | 가학적 음란증 '새디즘Sadism'의 원조, 사드 후작의 성

습격: 프랑스 에트르타 | 괴도 뤼팽의 근거지, 기암성을 습격하다

암살: 영국 캔터베리 | 캔터베리 대주교 살인 사건의 현장

환생: 영국 옥스포드 | 셜록 홈스와 해리 포터, 모리아티와 볼드모트가 만나는 곳

신비: 영국 스톤헨지 | 심령술에 빠져든 코난 도일

실종: 영국 토키 | 아가사 크리스티의 체취가 살아 숨쉬는 곳

비극: 영국 버그 아일랜드 | '인디언 인형 연쇄 살인 사건'의 현장

공포: 영국 다트무어 | 바스커빌가의 개가 사는 곳

탐정: 영국 런던 | 셜록 홈스는 결코 다른 곳에서는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묘연: 영국 런던 | 셜록 홈스, '살인마 잭'을 추적하다

에필로그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왜 프로파일러가 되었는지를 밝힌다. 미디어에서 비추어진 표창원 교수의 모습을 보노라면,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기도 한 서술도 등장한다. "어린 시절, 나는 내면의 분노가 많고 싸움이 잦았던 말썽꾸러기였다. 그런 내게 폭력이 아닌 추리와 논리로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자를 검거하는 셜록 홈스의 이야기는 사막에서 찾은 오아시스였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되었다." 유년시절의 저자에게 셜록 홈스의 존재가 이렇게 컸었을지 상상하지 못했다. 뭐랄까, 일국에서 저명한 프로파일러 중 하나로 알려진(심지어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을 알린 선구적인 인물인) 자의 진로를 결정지은 존재가 소설 속의 탐정 캐릭터라니! 정도의 충격이었다.

 

그런 그에게 영국 유학은 당연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해본다. 프롤로그에서 또 하나 인상깊었던 점은, 저자가 실제 셜록 홈스의 소설 속을 걷는 것처럼 몰입도를 높여 여행을 진행했다는 것이었다. 이미 상당한 능력치의 프로파일러가 소설 속을 그대로 걷는다? 코난 도일의 소설의 구멍을 찾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혹은 소설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여 그간 독자들이 짚어낼 수 없었던 부분들을 명쾌하게 설명해주지 않을까란 기대를 하며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이미 첫 장에서부터 흥미진진했다. 셜록 홈즈가 실존 인물일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글쎄다, 어릴 때부터 셜록 홈스 소설을 읽어왔지만, 전혀 그가 실존인물일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능력치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 완역본에는 마약을 사용하기도 하기에 중독자 따위가 명확한 이성과 공존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런데도 그런 그의 실존을 믿는 사람이 있다니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졌다. 나무위키를 검색하여 보니 2008년에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약 58%가 셜록 홈스를 실존인물로 생각했었다고 한다. 더 자세한 내용은 구글 상에 'I Believe in Sherlock Holmes'란 키워드를 검색해 보시길.

 

이어 저자는 괴도 뤼팽, 소설책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주인공인 장 바리스트 그루누이, 사드 후작, 캔터베리 대주교 살인 사건 등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해리 포터와 셜록 홈즈의 공통점을 소개한다던가, 코난 도일의 일생을 엿볼 수 있다든가 매 장마다 흥미로운 지점들이 속속들이 녹여져 있다. 마치 이 책은 셜로키언이 셜록과 연계된 드넓은 정보들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해 둔 것 마냥 다채롭다.

 

더욱더 흥미로웠던 사실은 에필로그에서 드러난다. 저자는 2012년에 다녀온 유럽 추리여행을 전후로 경찰대학 교수로서의 삶에서 정치인의 삶으로 격변했음을 설명한다. 물론 이 변화는 과학적인 증거와 근거를 통해 입증할 수 없음을 밝히고 있으나, 분명 여행 후의 저자는 이전과 '같지만 다른 존재'임을 명백히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셜록을 찾아서' 에필로그의 말미에서, 아직 셜록 홈스의 실존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언제일지는 모르나 또다시 추리여행을 떠날 것임을 독자들에게 알린다.

 

 

 
셜록을 찾아서
전직 경찰관, 형사, 프로파일러, 경찰대학 교수, 방송인, 그리고 현직 국회의원…. 특이하고 다채로운 경력과 대중적인 인기, 정치적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거침없는 돌직구 발언 등으로 유명한 표창원이 ‘또 하나의 사고’를 쳤다.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새로운 장르의 책, ‘추리여행 에세이’를 출간한 것이다. 제목 ‘셜록을 찾아서’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책은 세계적인 명탐정 셜록 홈스가 실존 인물일지 모른다는 가정에서 출발해 소설 속 이야기의 배경이 된 유럽 각국의 명소들과 현실 속 실제 사건의 현장들을 탐방한 여행기다. 표창원이라는 범죄 전문가가 직접 치밀한 사전 조사를 거쳐 범죄 수사 하듯 현장을 탐방해 그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직접 찍은 사진들과 재치있는 입담을 섞어 전개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그와 함께 ‘스릴 넘치는 위험한 모험’을 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전문 작가가 아닌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들은 기교나 예술성을 담고 있지 않아서 오히려 위화감이 없고 사실적이다. 피사체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사랑이 담긴 풋풋함이 느껴져 그의 독특한 문체, 직접 옆에서 대화하듯 읽기 쉽게 전개하는 이야기와 잘 어울린다. 누구나 그 장소에 갈 수만 있다면, 저 장면을 담아내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렇게 하고 싶다는 욕망을 부추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셜록 홈스와 추리 소설,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께서 내가 느꼈던 신비로움과 감격, 흥분과 즐거움과 상상과 사색을 나눠 가지시길 소망한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한반도 평화의 시대에, 기차를 타고 여러분과 함께, 가슴 떨리는 또다른 추리 여행을 떠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이라며 독자들에게 또다른 ‘추리 여행’이 있을 것이며 그때는 ‘기차를 타고’ 함께 떠나자고 유혹한다. 그 유혹이 현실이 되길 기대하며 최초의 추리여행 에세이 ‘셜록을 찾아서’, 일독을 권한다.
저자
표창원
출판
신사와전사
출판일
2018.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