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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문학

『지금 굶으러 갑니다』 - 오세연 | 후기

 

『지금 굶으러 갑니다』 - 오세연

 

 

 『지금 굶으러 갑니다』와의 만남

 

그 여느 때보다 여유로운 요즘, 또다시 밀리의 서재를 뒤지다가 베스트 목록에 올라온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단식원을 주제로 한 에세이였기에 궁금함을 잔뜩 가지고서 클릭하게 되었는데, 저자가 '유퀴즈'에도 출연했던 영화감독이었다. 흥행에 성공할 정도로 작품성 있는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이 왜 굶으러 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배고픔에 민감할 야밤에 검색을 했기에 이 책이 더욱 끌렸을지도 모르겠다. 다이어트를 한 번쯤 해봤거나 단식원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눌러볼 수밖에 없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종이책으로 제작되지 않아 아쉽게도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만나볼 수 없다. 밀리 오리지널 작품이기 때문에 밀리의 서재에서 접해볼 수 있는 전자책임을 알려 드린다. 누가 보면 밀리의 서재 홍보맨인 줄 알겠지만, 밀리의 서재뿐만 아니라 교보문고와 yes24에서 전자책을 구매하거나 교보도서관 어플을 활용하여 전국의 전자도서관에서 필요한 책을 대여하기도 한다. 기회가 된다면 차차 다양한 전자책 플랫폼에서 접하게 된 책을 소개할 예정이다.

 

 

 

 『지금 굶으러 갑니다』 후기

 

전체 페이지가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총 12편의 에세이를 모두 포함하면 100페이지 남짓 되려나? 길지 않은 길이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후다닥 읽어내려갔다. 밀리의 서재 상에서  한 편(화) 당 10페이지 내외의 길이로 작성되어 있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약속장소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등  짧은 호흡을 내쉴 때에 한 편씩 읽기 좋은 구성이었다. 

 

저자의 글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솔직함이 느껴졌고 글솜씨 또한 잘 정돈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더해졌었다. 맛있는 감칠맛이 나는 음식처럼 맛깔나게 글을 요리조리 잘 쓰는 사람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책의 저자가 그러했다. 중간에 쉬지 않고 한 번에 읽어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글을 요리하는 능력이 나의 흥미를 앗아가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을 처음 읽고 예상했던 글의 흐름과 조금 다른 전개 때문에도 이 책에 몰입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책의 제목이 '지금 굶으러 갑니다'이기에 거의, 당연히 글의 말미에서는 단식원에서 다이어트에 성공한 저자의 스토리를 공유할 줄 알았으나 저자의 단식원 생활에는 장애물들이 많았다. 분명 초반에서 명확하게 다이어트에 대한 의지를 강렬히 불태우던 저자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기에 그 끝 또한 글의 시작과 일관성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었던 것이다. 지금 굶으러 간다는 문장 뒤에 보이지 않는 느낌표가 있을 것이며, 힘찬 포부가 담겨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나의 일차원적인 생각이 처참히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누구도 알지 못하도록 스릴 넘치게 음식을 찾는 과정을 그린 단식원에서의 시간을 읽는 동안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인간의 욕구를 어떻게 잘 끊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도 했다. 

 

부아가 치밀었다.
문을 잠가버린 단식원 원장님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4화)

 

사람을 숫자로만 평가하는 가혹한 심판대 위에 올라가기 위해
무게가 나가는 모든 것을 내 몸과 분리시켜 보지만, 별 소용없다. (6화)

 

 

단식원을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과정도 재미있었다. 0화에서 저자가 적어둔 단식원에 대한 홍보글은 '단식원에 한 번 가볼까?'란 생각의 불을 지키기도 했지만, 한 끼만 굶어도 잠을 못자는 나로서는 불가능하다. 물리적으로 가능해도 불가능하다(안 할 거다). 단식원을 지난 몇 년간 궁금해하면서도 막상 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나에게 단식이 장기적인 다이어트 방식으로서 실효성이 없기 때문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간 단식원에 가지 않았던 나의 판단에 더욱 더 힘을 실어줄 수 있었다. 절대 저자가 단식원 다이어트에 실패해서가 아니다. 단식원에서 2주가량 생활하며 조우한 일과 느낀점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책이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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