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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사회과학

「트렁크 하나면 충분해」 - 에리사 | 책 구성·후기·리뷰

평소 미니멀라이프에 관심을 두고서 여러 실천들을 지속해 왔던 터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도서관에서 '트렁크 하나면 충분해'라는 흥미로운 제목의 책을 발견한다. 일본의 니혼블로그무라 랭킹 1위의 미니멀리스트는 어떻게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북 커버
「트렁크 하나면 충분해」 - 에리사

 

 

구성

 

총 6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프롤로그 다음의 차례에서 '소중한 것만 남은 나의 미니멀라이프'라는 파트를 구성하여 저자인 에리사가 소유하고 있는 옷과 신발, 식기류 등을 사진을 통해 친절하게 소개한다. 에리사가 살고 있는 집안 내부 또한 소개하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옷과 신발을 계절별로 어떻게 코디하는지에 대한 예시 사진도 첨부되어 있다. 미니멀리스트인 저자가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독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흥미를 돋운다. 

 

책을 구성하는 6개의 장은 다음과 같다. 각 장별로 대략 10개 전후의 주제들이 자리잡고 있어 저자의 풍부한 생각들을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 장인 제6장에서는 제목에서 쉽게 추론해 볼 수 있듯이 '심플해지기 위한 20가지의 기술'을 소개하고 있으며, 각 기술별로 1페이지 남짓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분량이 방대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제1장 최소한의 패션과 미용

제2장 단순한 삶이 좋다

제3장 미니멀라이프를 부탁해

제4장 버리기 위한 질문

제5장 미니멀리스트가 된 후

제6장 심플해지는 기술 20

 

 

 

 

후기

 

미니멀라이프의 시작

 

저자가 어떻게 미니멀라이프를 시작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면 동심이랄까, 낭만이랄까. 로망인지 알 수 없는 이유이기에 괜스레 경건해지기도 했다. 저자가 세계로 떠나기 위해 나선 길을 더 편하고 가볍게 이끌어 줄 수 있는 방법이었으니까. 저자는 어릴 적부터 트렁크 하나에 자신의 모든 짐을 다 넣어 세계 이곳저곳을 누비는 꿈을 꾸었던 것이다. 

 

처음으로 '트렁크 하나로 살기'에 푹 빠진 것은 초등학생 때입니다. 자신의 소중한 물건이 거기 하나에 모두 담겨지면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입니다. (p. 4)

'트렁크 하나로 살기'는 목적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기 위한 수단 중 하나였습니다. 지금의 나는 아주 가볍습니다. 나만 결정하면 이 트렁크를 들고 세계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p. 5) 

가방이 가벼우면 멀리까지 갈 수 있는 기분이 든다 (p. 121) 

이렇듯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던 내 인생에서 미니멀리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스무 살을 조금 넘겼을 때입니다. 프리마켓에 출점함으로써 '버린다'는 것 이외에 소지품을 떠나보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로부터 10년 이상의 세월이 흘러 풍선 아티스트로서 활약하던 무렵, 1개월의 단기 유학으로 해외에 갔습니다. 그 때의 짐은 비행기에 들고 탈 수 있는 트렁크 하나와 일할 때 사용하는 펌프자루 뿐. 짐의 반은 업무도구였기 때문에 트렁크 하나에 생활용품을 다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내내 동경했던 '트렁크 하나로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의외로 쉽게 이룰 수 있겠다 생각해 귀국한 후 3개월 정도는 무엇에 쫓기듯 물건을 줄였습니다. (p. 237) 

 

 

그리고 저자는 성인이 된 이래로 어릴 적 꿈꾸었던 모습대로 트렁크 하나에 자신의 모든 짐을 넣어 유학을 떠난다. 비록 1개월 남짓한,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을 대비했던 짐이었지만 트렁크 하나만으로도 어딘가로 떠날 수 있다는 가설을 저자 스스로 증명해 낸 셈이었다. 이렇게 트렁크 하나로 살겠다던 목표를 일궈낸 저자는 유학을 마치자마자 미니멀라이프의 길로 본격 들어선다. 

 

 

물건

 

미니멀라이프를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물건이다. 내가 그간 사모으거나 누군가에게 받은 물건들 말이다. 학창시절만 하더라도 물건을 늘리지 말아야겠단 생각조차 없이 그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드는 것은 고민 없이 구매했었다. 물론 가정형편이 아주 넉넉한 편이 아니었던지라 고가의 물품은 구매하지 못했었고, 대개는 값싼 학용품들 위주였긴 하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성인이 되고 나서는 할인을 하는 제품들을 구매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에 당장 입지 않더라도, 바로 필요하지 않더라도 무턱대고 구매하는 옷들이 어느새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뿐이랴. 주변에 좋은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 환경에 놓이게 되자 열등감에 휩싸인 나머지 무의식적으로 나도 모르게 메이커나 알아주는 브랜드의 옷 혹은 고급져 보이는 옷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명품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름 알려진 중저가 브랜드의 옷과 가방을 구매했다. 처음에는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 산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되돌아보니, 구매했던 옷과 가방을 실제로 자주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고 더 시간이 지나서 막상 일을 쉬게 되니 좋은 옷과 가방을 입고 다닐 일이 없어졌다. 

 

언젠가 사용한다는 말은 무책임하다. 사장하는 것은 아직 살아 있는 가치를, 가능성을 파괴하는 일이다. (p. 105)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무슨 일을 한 것 같은 덫 (p. 142)

콤플렉스를 물건으로 메우지 말라. 내가 바뀌는 것보다 물건을 사는게 편한 법입니다. 멋진 운동복을 사면 운동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과 마찬가지. 하지만 결국은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물건을 늘리면 그것을 계기로 자신을 바꿀 결의를 더 굳건하게 다져야 할 것 같습니다. (p. 143) 

심플 라이프를 향유하는 데 있어서 '줄인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처음에는 물건의 수를 줄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색, 무게, 부피를 줄여야 합니다. 부피를 줄이면 공간의 활용도가 높아집니다. (p. 170)

살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사지 않는 게 현명합니다. 망설인다는 것은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다는 겁니다. '저거 하나만 입으면 괜찮은데, 겹쳐 입으면 안 되겠어'처럼 조건이 붙은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유행에 휩쓸리거나 단순히 그날의 기분일 때도 있습니다. '망설여질 땐 사지 않는다'고 결정하면 쇼핑 시간도 단축됩니다. 그래도 마음에 걸릴 때는 '사고 싶은 물건 리스트'에 올려놓고 한동안 마음의 추이를 지켜보는 것도 좋습니다. (p. 197)

점점 물건을 버리면 내게 꼭 필요한 물건만 남습니다. 내게 필요한 물건만 남으면 내 삶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내 삶이 또렷하게 보이면 취사선택이 빨라집니다. (p. 209)

 

 

나는 나의 부족함을 옷과 가방을 소유함으로써 메꾸려 하고 있었음을 그 당시에는 몰랐다. 그냥 몇십만원 정도의 가치를 하는 것들 몇 개만이라도 가지고 있으면 내가 초라해 보이지 않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불행했던 과거를 지나 지금 시점에서는 무엇을 입고 들고 다니든 간에 나 자신이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감사하다면 그것이 행복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인터넷을 하다가 눈에 스쳐 지나가는 광고를 보면 예쁘다거나 실용성이 뛰어나서 가지고 싶다고 생각되는 물건들이 종종 보이기는 해서 괴롭기는 하다.

 

어떤 이유이든 필요하지 않은데 사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계속해서 물건을 구매하다 보면, 내가 관리해야 할 물건들은 늘어나고 그에 따라 내 머릿속도 복잡해지게 된다. 너브러진 물건들은 안 그래도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찬 머릿속이 더욱 정리되지 못하게 막는다. 저자는 '내게 필요한 물건만 남으면 내 삶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언젠가 나에게도 정말 필요한 물건들만 남게 된다면, 내 삶이 또렷하게 보일까? 지금 내 삶이 불명확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구태여 물건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부지런함

 

이 책을 읽으면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혹자는 물건의 갯수가 현저히 적으니 남들보다 더 많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물건이 적더라도 자주 그 상태를 파악하고 그 개수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생각한다면 결코 바지런하지 않고서야 미니멀라이프를 영위할 수 없을 것 같다. 

 

밖에 나갔다 집에 돌아오면 가방의 내용물은 기본적으로 모두 꺼내 지갑 속의 카드와 영수증도 정리하고 통풍이 잘 되는 바구니에 넣습니다(연속으로 같은 가방을 사용할 때는 꺼내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밖에서 가지고 온 물건의 처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소지품을 다시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p. 122) 

 

 

집에 들어와서 그 날 사용한 가방의 내용물을 모두 꺼내어 정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제껏 나는 다음날 연속으로 같은 가방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언젠가 그 가방을 다시 쓸 것이라는 이유 때문에 정리를 한 적이 없다. 다른 가방을 들게 되면 기존의 가방에서 주섬주섬 소지품들을 주워 모아서 다른 가방에 몰아넣었을 뿐이다. 

 

저자 에리사의 가방 정리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내 손이 닿는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관리하고 되짚어 보는 것이다. 아마 소지품의 갯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리하고자 하는 의욕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질 테니 최대한 적은 물건으로 다녀보는 것 또한 미니멀리스트로서의 훈련이 될 것이다. 단순히 가방정리뿐만 아니라 루틴 속의 여러 곳에서 부지런해져야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어낼 수 있겠다는 배움이 와닿는 시간이었다. 

 


 

미니멀리스트는 환경을 위해서라도,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삶의 지향점이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미니멀한 삶의 방식이 전혀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집안에 물건이 많으면 생각정리가 잘 되지 않고, 그것들을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과 부담에 더욱 스트레스를 받았던 터라 미니멀리스트로 사는 것은 궁극적인 행복의 길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에리사의 책, 「트렁크 하나면 충분해」 를 시작으로 앞으로 미니멀리스트 관련 책들을 읽으며 나만의 미니멀 라이프 형태를 구축해 가 보도록 한다. 

 

 

 
트렁크 하나면 충분해
우리는 너무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산다.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의 적정량은 어느 정도일까? 트렁크 하나에 내 소중한 물건을 담을 수 있다면, 그 정도만큼 소유하고 산다면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홀가분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옷 18벌, 식기 7가지, 구두 5켤레…. 물건으로 가득했던 공간에 최소한만 남으니 여백이 생기면서 오히려 삶의 여유가 늘었다. 저자는 단순히 소지품을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미용, 생활, 인간관계, 디지털 정보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부분에서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한 노하우를 전한다. 버리기만큼 덜 사는 것도 중요하다.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에서 물욕 왕성한 미니멀리스트는 어떻게 물건을 구입할까? 저자는 자신을 편안하게 하는 물건을 찾는 시간을 즐긴다는 의미에서 자칭 물욕이 왕성하다고 말한다. ‘나다운 것’ ‘내가 기분 좋은 것’을 발견하면 행복해진다고. 이런 좋은 물건을 사기 위한 세 가지 쇼핑 규칙이 있다. 망설여지면 사지 않는다, 하나를 들이면 둘을 버린다, 사고 싶은 물건은 1개월 정도 생각한다가 그것이다. 이 책 『트렁크 하나면 충분해』는 물건을 버리고 보다 자신다운 물건을 들여오는 일을 되풀이하면서 소지품만이 아니라 모든 일에서 ‘정말로 소중한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저자
에리사
출판
아르테(arte)
출판일
2017.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