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의 서재를 뒤지다가 도무지 눌러보지 않고서야 지나칠 수 없는 책을 발견했다. 『세상을 향해 지랄할 수 있는 그냥 하기의 힘』이라니. 세상을 향해 지랄하기 위해서 한다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저자가 누군가 해서 저자소개란을 봤더니 약 20권 정도의 책을 써낸 작가였다. 제목은 직설적이고 당황스러웠지만, 경력직 작가인 그를 믿고 이 책을 읽어가 보기로 했다.
책의 구성
직관적인 책 제목만큼이나 목차에 전시된 소제목들 또한 직관적이고 가히 충격적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의 흥미를 돋구고 한 번에 읽어 내려갈 수 있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크게 3개의 주제로 분류되어 있었으며, 각 대주제마다 10개의 소주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01 생각 없이 사는 인생의 재발견
01. 생각 없이 살면 이렇게 됩니다
02. 하찮은 걱정이 나를 짓누른다
03. 그 일이 일어나면 누가 죽는데?
04. 남은 나에게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는데
05. 생각의 늪을 극복하는 다섯 가지 방법
06. 피한다고 피할 수 있으면 걱정이 아니지
07. 쓸모없는 자부심과 이별할 것
08. 발바닥에 땀이 나면 걱정이 사라진다
09. 이게 아니야? 아니면 말고
10. 때로는 세상에 욕도 할 줄 알아야
02 아주 작은 실천의 힘
01.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02. 지금을 넘겨야 다음이 온다
03. 타이밍 찾다가 타임 놓친다
04. 도태되는 맛에 인생 살지 마라
05. 게으름과 느긋함의 적절한 차이
06. 매일 아침 시작하는 그것이 내일을 바꾼다
07. C 학점 받고도 성공한 사람의 특징
08. 배움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09. 이유를 찾지 말고 방법을 찾아라
10. 시작을 방해하는 모든 것과의 이별
03 끝이 어디든 끝까지 해내는 기술
01. 그때그때 해내면 인생이 단순해진다니까
02. 제발 한 번에 하나만 하자
03. 최선이라는 말에 목매지 마라
04. 모든 일은 가까이 두어야 할 만하다
05. 내가 해봐서 아는 혐오 활용법
06. 경제학과 학생이 법학과 과목을 악착같이 수강한 이유
07. 행동을 만드는 자기 보상의 힘
08. 끝까지 해내는 사람의 비장의 무기는?
09.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헛된 망상
10.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후기
프롤로그와 첫 번째 주제에서는 '생각 없이 사는 삶'에 대한 작가 개인의 경험을 녹아내려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한다. 김범준 작가는 과거 걱정과 고민이 많아 위축되어 있었고, 타인의 눈의 의식되고 누군가의 부딪히는 것이 귀찮아서 포기하고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행동을 개시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냥 하자'
그렇다고 해서 저자는 아무렇게나 시작하라고 제안하지는 않는다. 불필요한 생각을 멈추고, 타인이 말하는 의미 없는 간섭을 외면하고, 원하는 것을 그냥 하면 된다. '좀 더 나은 우리가 되고 싶다면, 우리 주변을 아름답게 만들고 싶다면 지금 앞으로 나가기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라고 부연한다.
저자는 과거 살아오면서 매 순간순간마다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했고 이것을 다시 스스로의 걱정으로 귀결지었다고 고백한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생겨났을 때에 혹은 최선을 다했다가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에 쉽게 주눅이 들고 새롭게 시작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방어적 비관주의자'가 된 것이다.
불안에서 벗어나 새롭게 시도하는 횟수만큼이나 다양한 경험을 쌓고, 배움의 수준도 높아지며, 그 과정에서 열정적인 사람이 되어 스스로 일상을 통제하는 데도 능숙해질 테다.
저자는 걱정이 올라오면 마음속으로 '스톱'을 외친다고 한다.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거나 반복적인 상황에서 '스톱'이라는 한 마디와 심호흡으로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걱정과 불안이 들 때마다 직접 기록해 보는 방법을 제안한다. 저자는 스마트폰의 메모장 기능을 이용하여 다음과 같이 적어본다고 한다. 스스로의 상태를 순간순간 확인하며 인지하는 행동을 통해서 불안의 정도를 파악하고, 이를 다스리고자 하는 것이다.
그 수많은 걱정과 불안을 이겨내는 방법은 무엇이란 것일까. 궁금증이 드는 순간 법률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상처화'한 채 내버려 두지 말라고. 그러면 그것들은 인생의 빚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무언가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상처화 관점이 아닌 경험화 관점으로 바라보는 순간 모든 일상은 배움터가 된다는 논리였다.
또한 걱정으로 인해 신체적인 고통을 경험한 저자의 이야기도 찾아볼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불면증이었고 또 하나는 무기력증이었다. 끊임없는 걱정들은 무언가를 행할 수 없게 만들었고, 행동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다시 무기력의 수렁으로 빠지기 일쑤였다고 한다. 저자의 경험에 현재 나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었다. 여러 생각들이 교차하는 머릿속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결국 아무것도 행하지 못하는 지금의 나이다.
그런 현재이기 때문에 저자의 책에 눈이 갔었고 집중하여 읽었던 것이다. 무기력을 이겨낸 저자는 '그냥 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선택한 일을 바로 시작하여 실천에 옮겼다.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하지 않았고, '~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쓸데없는 망상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변화의 이유를 찾을 시간에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지금에 충실하지 못한 채 지나친 걱정에만 얽매여서 시작하지도 못하는 자신을 타박하는 것만큼 답답한 일도 없다.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만 하고, 그 실망으로 게을러지면 안 된다. 쉴 새 없이 시작해내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어제의 불가능을 오늘의 가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위 같은 저자의 말에 따르면, 나는 지금 답답한 상황을 겪고 있다. 지금에 충실한 것 같지도 않은데, 걱정은 지나칠 정도로 많이 한다. 그간 해왔던 일이 아닌 새로운 직업에 도전을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도 마무리되지 않은 채 불확실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저자의 충고는 걱정으로 인해 지금의 순간을 헛되지 보내지 말고, 무언가를 쉴 새 없이 해내라는 것이므로 나는 차차 오랜 고민을 마무리 짓고 공부든, 일이든 어떠한 것을 시작해야겠다.
지금 못한다고 해서
그것을 외면하는 이유로 삼아서는 안 된다.
무의미하게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거나,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금, 여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하고자 하는 일은 잘 해내는 것이 맞다. 그것은 '회피'보다는 '직면'에 의해야 한다. 무작정 피하기보다는 원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다시 시작할 힘을 비축해야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언젠가 시작할 수 있다. 실천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인생이 늘 고만고만하고 그렇고 그런 이유는, '행동의 부재'에서 찾아야 한다. 행동은 그냥 하는 실천의 모습이다. 상식적으로 봐서 나에게 나쁜 것이 아니라면 그냥 시작하면 된다. 인생 경력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라면, 그냥 하면 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스마트폰을 뒤적이거나 티브이를 틀어놓고 시간을 보내는 것만 아니면 된다. 꿈을 모르겠다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자신의 나태한 모습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스스로 벌받을 준비하는 사람일 뿐이다.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몰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게다가 우리는 요즘 너무 많은 방해 요소에 노출되어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메신저, 세상 변화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SNS 알림 등은 해야 할 일을 시작하는 데 브레이크를 건다. 집중하고 몰입하여 원하는 것을 이루고 싶다면, 아니 제대로 시작하고 싶다면 스스로 방해 요소를 차단해야 한다. 즉, 시작 자체를 방해하는 것을 찾아내어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수학을 잘하고 싶다고 했지? 그럼 복사용지 한 박스를 사서, 용지는 책상 위 책장에 빼놓고 빈 박스는 책상 옆에 둬. 그리고 결심해 봐. 올 한 해 빈 박스를 수학 문제 푼 용지로 꽉 채우겠다고. 일단 그것만 해봐."
수학성적 올리는 법, 삼촌의 조언을 정리하면 이렇다.
세상에 맞서는 힘은 구체적인 실행에서 나온다.
도대체 끝까지 해내는 완성력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기억해야 할 키워드는 단 하나 '구체성'이다. 추상적인 것을 벗어나 구체적인 것으로 돌아와야 한다.
책 『세상을 향해 지랄할 수 있는 그냥 하기의 힘』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단어가 있다면 위에 언급된 '구체성' 혹은 '실행력'이라고 할 수 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저자는 실천을 더디게 만드는 생각을 버리고 그냥 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제목만 보다가는 자칫 가벼운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혹은 책에 별 거 없는 내용이 담긴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 수 있지만, 정작 그 속에는 지지부진한 인간상을 꿰뚫고 깨우치는 유의미한 조언들이 수두룩하다. 어쩌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냉혹한 현실조언을 들으며 조마조마하고 상처받을 바에야 책을 통해 스스로 채찍질을 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책에 담긴 내용 중 일부는 살면서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소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력직 작가답게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저자의 표현력을 통해 다듬어진 문장들은 변화하고자 하는 우리의 심장을 제대로 후벼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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