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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 아포리즘 :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 프리드리히 니체 | 구성·본문 요약·후기·도서 리뷰(서평)

 

『프리드리히 니체 아포리즘 :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는 평생 열네 권의 책을 쓴 니체가 몸과 마음의 병으로 고통받는 중에도 쓴 도서, 편지, 일기 등을 재구성한 것이다. 총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부에 특정한 제목이 붙어있지는 않는다. 각 부에는 니체의 짧은 글을 수십 개씩이 묶여 분류되어 있다. 특정한 분류 없이 구성되어 있는 글들이기 때문에 몇몇 구문들을 다시 분류하여 소개하고, 그에 따른 나의 궁금증과 생각들을 후기에 덧붙여 보려고 한다. 

 

 

『프리드리히 니체 아포리즘 :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 프리드리히 니체

 

 

 

  『프리드리히 니체 아포리즘 :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구성 및 본문

 

 

① 실존과 고통

 

 

니체에게 있어 사는 것은 고통이었다. 어릴 적부터 두통이 심했고 엄청난 근시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 외에도 여러 질병들에 시달리며 육체적인 고통을 수도 없이 맛보았던 니체였다. 염세주의적인 성향은 여러 경험들이 누적된 후 성인이 되어 가지게 된 것이 아닌, 어린 시절부터 발현되었던 것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무엇이 어린 그에게 염세주의를 불어넣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그는 꽤 어린 나이에서부터 많은 생각을 해오며 자랐다고 한다. 

 

나에게 실존은 평생 끔찍한 짐이었다. (p. 9)
나는 당신이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극도로 절망했으면 좋겠다.
고통이야말로 정신의 마지막 해방이다. 이 고통만이 우리를 마지막 승리로 이끌 수 있다. (p. 77) 

 

 

그래서인지 고통에 대한 강조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극도로 절망했으면 좋겠다'라는 니체의 말에 무엇이 담겨있는 것인지 곱씹고 곱씹었다. 그는 우리가 단 한 번이라도 극도로 절망함을 통해서 그와 같은 고통을 느끼길 바랐던 것일까(동질감 생성?), 아니면 절망을 통해 우리가 정녕 정신적 해방을 누리기를 바란 것일까(니체가 그의 사상을 정리한 책을 발표한 것은 인류가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랐던 것인가?)? 왜인지 모르게 전자와 후자 모두일 것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다. 이는 내가 속이 좁은 사람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그가 어떠한 사람인지 개인적으로 알 수 없으나, 설사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들 그의 속뜻을 쉽사리 알 수는 없으니 그저 추측만 할 수밖에. 

 

그러나 내가 살아온 인생에서는 단 한 번이라는 극도의 절망으로 인해 스스로 삶을 살아가기를 포기한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았다. 힘겨운 고통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는 것은 니체 본인도 잘 알고 있을 터다. 극도로 절망하기보다는 극도로 절망하기 이전에 일어서기를 바라야 하지 않나? 극도로 절망한다고 모두가 정신적 해방에 이르는 것도 아닐 것인데 위험부담이 크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② 자기애 :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이 책을 읽던 중 의외였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니체가 세상에 가진 회의감이 그 자신조차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할 것만 같았는데 그의 글들을 보니 사실상 그렇지도 않았다. 생각외로 자기애에 대한 강조가 자주 있었다. 이는 자존감과 열등감이 사회문제로도 자주 출현하는 요즘 사회에서 중요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두었다. 

 

자기 자신을 하찮은 사람으로 깎아내리지 말라.
그런 태도는 자신의 행동과 사고를 꽁꽁 옭아매게 한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라.
지금까지 살면서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을지라도 자신을 항상 존귀한 인간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라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면 결코 악행을 저지르지 않고 누구로부터 지탄받을 일도 저지르지 않는다.
그런 태도가 미래를 꿈꾸는 데 있어 가장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라. (p. 20)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힘만으로 무언가에 온 노력을 쏟아야 한다.
자신의 다리로 높은 곳을 향해 걸어야 한다.
그것에는 분명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을 단련시키는 고통이다.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준다 해도 한 걸음, 단 한 걸음도 타협하지 말라! (p. 22) 

 

 

자기애와 관련된 니체의 서술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프리드리히 니체 아포리즘 :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와도 아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자기 자신을 하찮은 사람으로 깎아내리면 자신의 행동과 사고가 제한된다는 말에는 백만번 동의한다. 다만,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고 해서 악행을 저지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악성 나르시시스트가 저지르는 행태가 그 반례가 될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타인이 우선시 되지 않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뭐랄까, 철학 사상, 사상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주장들을 접할 때마다 '~한다'로 단언되는 내용들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지면 무한한 궁금증이 샘솟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힘으로 노력을 쏟으라'는 니체의 말은 마치 나 자신만의 힘으로 무언가를 달성하고 성취해내는 것의 가치를 알으라는 뜻으로 들렸다. 분명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격언이자 조언임에는 틀림이 없다. 추가적으로, 여기에 인용구로 적어내지는 않았지만, 니체는 소위 험담을 경계하는 내용의 글을 쓰기도 했는데 남들과 험담을 하면서 자기 자신은 괜찮은 사람이라고 인식되기 때문에 유의하라는 내용이었다. 

 

 

 

 

③ 상대성을 통한 깨달음

 

 

아래 내용 또한 또 하나의 충격이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성을 통한 깨달음'이라고 제목을 붙여보았는데, 그간 내가 생각만 해오던 것을 니체의 글로 만났다. 이전 게시물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늘 선과 악에 기준에 대해 고민해왔다. 아무리 '착한 사람' 백 명을 갖다 둬도 그 안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착한 사람'이 두드러질 것이기 때문에 가장 '덜 착한 사람'이 악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 개념에서 아래와 같은 니체의 말에 공감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외부로부터의 분리와 반대, 어떤 종류의 증오와 질투, 불신, 냉혹, 탐욕, 난폭과 같은 개념이 없었다면
인류는 도덕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저 거대한 어린 새싹은 퍼붓는 빗속에서 더욱 강인하게 자랄 수 있지 않을까.
연약한 인간을 말살해버리는 외부의 고통도 결국 살아남게 될 인간에겐 영양제에 불과하다.
살아남은 자들은 고통을 결코 아픔이라 부르지 않는다. (p. 68) 
그대들은 될 수 있다면 고뇌를 없애버리고 싶어 한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고뇌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고뇌가 지금까지 우리를 괴롭혔던 것 이상으로 더욱 절박해지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대들이 고대하는 안락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하나의 종말일 뿐이다.
안락은 인간을 비웃음거리와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p. 76) 

 

 

악이라는 기준이 없이 어떻게 선을 인식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개념들 없이 인류가 도덕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란 니체의 말은 지당하다. 지향점의 반대로 향할수록 지향하고자 하는 범위는 더욱 넓어지듯이 말이다. 그렇게 인류는 인류가 지향해야만 하는 지점들을 확대해 온 것이 아닌가 한다. 고뇌와 안락 또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듯했다. 안락만을 취하고자 그를 향해 달려 나간다면 인간은 그 어떤 자극 없이, 즉 비교 없이, 상대성 없이 안락의 가치를 깨닫지도 못한 채 지낼 것이고 잘못된 방향으로 빠질 수도 있다. 안락의 반대개념인 고뇌를 향해 달려 나가는 것도 합리적인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고뇌를 통해 안락의 가치를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안락을 추구할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프리드리히 니체 아포리즘 :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후기

 

 

프리드리히 니체의 글을 처음 읽게 되었던 터였다. 그간 살면서 '니체'라는 철학자의 이름은 자주 들어보았지만 그가 쓴 글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었기에 기대반 설렘반으로 읽었던 책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일반인들보다 더 고찰을 생활화했을 어떤 철학자의 생각이 (동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 탓인지는 몰라도) 나와 크게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물론 공감이 되는 내용들도 당연히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얻은 니체에 대한 인상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스스로 존재하고자 철학을 할 것이다.
나는 병든 육신에 복수하기 위해, 이 병든 삶에 복수하기 위해 나의 철학을 만들었다. (p. 69) 

 

 

니체는 육체적으로는 병마와 싸우고, 여러 정신질환에도 시달렸으며 책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아편을 사용했고 아편 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겼다. 이러한 시간들 속에서 자신을 고찰의 세계로 데려다 준 병마에게 감사해하기도 한다. 니체는 지나치게 염세주의적이기도 하지만, 가끔은 염세주의 그 자체를 되려 비관하기도 하는 듯 하다. 그러다가 다시 염세주의의 극단으로 돌아온다. 어릴 때부터 염세적이었다고 밝히는 니체는 세상을 떠나기 10여 년 전, 마부에게 학대를 당하던 말을 붙잡고 울부짖다가 완전히 미쳐버린다. 일생 중 상당한 시간 동안 우울증, 불면증, 정신분열 등 여러 정신질환을 겪고 아편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결국에 완전히 미쳐버린 자의 말을, 심지어는 그와는 다른 시대와 다른 국가에서 살아가는 내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야 할 이유는 없어 보였다.

 

그 시대를 내가 겪어보지 못했지만, 지금의 기준에서 니체는 비정상적인 삶을 영위했고 그 삶의 경험들 속에서 파생된 사고들은 정상보다는 비정상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던 것이다. 비정상에 가까울지라도 니체의 사상은 한 개인의 생각일 것이므로 그 유니크함을 존중하며 읽으려고 최대한 노력하긴 했다. 철학 분야를 넘어 실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 사상이라면 무언가 울림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정보제공의 글이 아니고서야 개인의 사상을 담은 글들은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이다. 다수가 공감하는 글이라면 그리고 그 글을 통해 인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아무래도 니체의 책들을 더 추가적으로 읽어볼 기회를 만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유명세는 큰 반면, 접근성은 떨어지는 니체의 글들이지만 오늘의 궁금증을 여기에서 끝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선악의 저편』을 먼저 읽은 후에 『도덕의 계보』를 읽으라고 추천을 받았으므로 조만간 이 두 권을 읽어보아야겠다. 

 

 

 

 
프리드리히 니체 아포리즘 :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
“니체라는 산맥을 넘어서지 않고는 현대를 만날 수 없다”라는 미셸 푸코의 말처럼, 니체는 현대 인문학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철학자로 꼽힌다. 특유의 급진적인 사상과 날카로운 표현으로 인해 때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그는 위대한 철학자인 동시에 위대한 예술가였다. '신은 죽었다, 운명애(아모르 파티), 초인, 영원회귀' 등 니체가 제시한 개념들은 철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보았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개념들을 통해 그가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바로 “자기 자신으로 살아라”이다. 그는 개인이 집단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기를 바랐다. “자신을 하나의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더 이상 다른 것을 기다리지 않는다.” 니체의 이 말에서 누군가 나타나 내 삶을 바꿔주기를 기대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겠다는 운명애(아모르 파티)에서 자신답게 살겠다는 그의 다짐이 드러난다. 개인을 강조하는 니체의 메시지는 자신을 잃어버리고 사는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 사회만큼 우리의 주의를 빼앗는 소음이 가득한 시대는 없었다.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는 수많은 노이즈 속에서 많은 사람이 자신을 잊어버린다. 니체의 말처럼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혼자서 나아가야 한다. 니체는 평생 열네 권의 책을 썼고, 바그너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았다. 편두통과 위통,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중에도 10년간 이 나라 저 나라를 떠돌며 매일 글을 썼다. 『혼자일 수 없다면 나아갈 수 없다』는 그가 남긴 책들과 사후 발견된 편지, 일기, 메모, 미완성 유고 등에서 통찰과 조언을 담은 힘 있고 아름다운 문장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남들의 시선과 말에 신경 쓰기를 멈추고,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준비가 되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책을 펴는 순간, 당신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채비를 마친 것이다.
저자
프리드리히 니체
출판
포레스트북스
출판일
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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