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브리엘레 아모르트의 『구마』를 구매하러 오랜만에 방문한 서점에서 계획에 없던 구매를 하게 된다. 신앙에 대해 무구한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만약 인간이 신과 달리 불완전한 존재이며 신을 대체할 수 없다면, 적어도 신과 가능한 한 흡사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질문을 자주 곱씹어보곤 했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일러주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신과 하나가 되는 길이란다.
그런 때가 있지 않던가, 평소 궁금해하던 추상적인 질문(그것도 누군가 쉽사리 혹은 흔하게 하지 않을 법한)이 너무나도 명확한 무언가에 의해 정리가 되는 순간 말이다. 인간이 신과 닮아감에 대해 궁금해왔던 순간들이 단 하나의 문장으로, 타인에 의해 표현되니 그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가진 추상적이고 신앙과 관련된 질문들이 분명한 언어로 제대로 정리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생각 또한 뒤집는 순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신을 닮아가는 방법을 정리한 사람이 있다니, 모르긴 몰라도 보통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며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구성 및 요약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Part 1. 가장 높은 곳으로 가는 길
1. 지상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완전함
2.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에게 맡긴다
3. 현세에서 완전함에 이르는 법
4. 감각이 아닌 이성으로 노력하라
5. 가장 중요한 것은 순수한 마음이다
6. 하느님의 마음을 얻고 가까이 다가가는 길
7. 신을 향해 오르는 일은 자기 안으로 들어가는 것
8. 어떤 일이든 자신을 내맡기라
Part 2. 그와 하나가 되는 길
1.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을 관상해야 한다
2. 우리와 하느님의 의지가 하나 된다는 것
3. 유혹을 물리치고 시련을 견디는 방법
4. 하느님을 향한 사랑의 힘
5.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
6. 모든 판단은 양심의 소리에 따른다
7. 먼저 자신을 낮추고 버려라
8. 모든 것을 보살피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책날개에도 나와있는 저자 소개란을 살펴보았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신과 닮아감을 명쾌하게 논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에. 저자인 알베르투스 마그누스는 '스콜라철학을 집대성한 토마스 아퀴나스의 스승이자 도미니코수도회 수사로 독일의 신학자, 철학자, 자연과학자이다. '마그누스(Magnus)는 이름이 아니라 ‘위대하다’라는 뜻의 존칭이며 그리스도교에 큰 기여를 한 공로로 교회박사(교회학자)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수사였다는 설명보다 더 와닿았던 것은, 토마스 아퀴나스의 스승이라는 타이틀이었다. 그 정도 위치라면야, 저자가 설명하는 신과 닮아감의 방식을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었달까.
후기
책의 초반에서 인상깊게 눈여겨본 부분 중 하나는,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유사하게 창조되었기 때문에 그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천주교에서 널리 통용되는 가르침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지금 동시에 읽고 있는 가브리엘레 아모르트의 『구마』에도 동일한 내용이 서술이 되어 있다(p. 58). 아모르트 신부에 따르면, "하느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로 자신을 지으신 창조주께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고 그분과 소통할 수 있다."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 알베르투스 마그누스도 아래와 같이 말한다.
인간은 지성과 감정, 의지를 지니고 있으며, 하느님의 모상으로 그분과 유사하게 창조되었다.
이런 능력들을 통해 인간은 중재 없이 순수하고 직접적으로 하느님과 소통하고
그를 향해 나아가 그와 하나가 될 수 있다. (p. 28)
인간이 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과 닮아갈 수 있다는 말은, 희망적이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다. 이성에 따른 자유의지는 신으로부터 가까이 가게도 만들고 멀리 떠나게도 만든다. 즉 인간 또한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악으로 향해 타락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천사가 타락하여 악마가 되듯이 말이다. 인간 모두가 직접적으로 하느님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선을 향해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 선을 향해 나아갔다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나아야 하지 않았을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고민하는 동시에, 왜 지금 세계가 이 모양 이 꼴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더한 궁금증으로 채워진다.
적어도 개인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인 것일까? 저자가 설명하는 신과의 일치 방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불필요한 근심과 걱정, 부정한 대화와 헛된 책, 헛소문 등 시련에 빠지게 하는 요소들은 그것이 작든 크든 우리 안에 남지 않도록 저항하고 몰아내야 한다. 이것들로부터 자유로워져야 영적 수련을 할 시에 방해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 자신과 모든 근심걱정을 침묵과 평화 속에서 틀림없고 확실한 하느님의 섭리에 맡긴다. 그래야만 정화된 정신과 진실한 마음으로 자신이 스스로를 봉헌한 그분께 온전히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인간이 이를 수 있는 최고의 완전함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영혼의 눈을 순수하고 평화롭게 간직하라고 제언한다.
그리고 신과의 일치를 위해 다음과 같이 행해야 함을 안내한다.
이 세상의 형상과 생각들이 정신을 더럽히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의지를 세속적인 걱정으로부터 보호하고,
마음의 모든 부분이 최고선을 향한 사랑에 뿌리를 두게 한다.
그러면 우리는 온 영혼과 능력이 하느님 안에 깊이 잠기며 그와 하나의 영이 될 것이다. (pp. 37-38)
이밖에도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지하며, 시련과 고통에서 자유로워지고, 모든 것을 신의 섭리에 맡기라고도 제언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으므로 관심이 있는 분들은 책 전체를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개인적으로는 현실에서 과연 실천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드는 지점들도 있었다. 세상의 것들에서 벗어나야만 온전히 신께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세속의 것에 노출되지 않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학교를 다니고 회사를 다니고 자녀를 양육하고 부모를 부양하는 등 다양한 관계와 상황에 높이기 마련이라 세속의 것에 노출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일상을 살며 최대한 의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무의식에는 그 영향이 속속들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모든 일과 관계를 끊어낼 수 있는 상황에서만 현실적으로 신과 하나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저자가 살았던 시대에는 내가 아닌 인간들과 문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 손쉽게 마련될 수 있었던 것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현실 세계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바를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치열하게 바쁜 삶을 살아가면서 신의 시간 안에 머물기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물리적인 시간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 아니라면 은퇴를 하게 되는 나이대에 모든 세속에서 벗어나, 비로소 그때가 되어서 신과의 일치를 좇아도 충분할 것인가? 물론 신앙과 밀접한 관계에 놓인 다른 이가 『신과 하나가 되는 길』을 읽었더라면 다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 어쩌면 신과의 일치로 나아가기 위한 실천방법을 스스로 체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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