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요즘 읽히는 책들이 소설이나 에세이류이다. 정확히 말하면, 소설보다도 에세이에 손이 많이 가게 된다. 이번에 리뷰해 볼 책은 Youtuber로도 널리 알려진 '원지의 하루'(본명 이원지)의 여행 에세이,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이다. 그녀가 책을 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책보다는 영상의 접근성이 높았기 때문에 몇 달은 묵혀두고 있다가 겨우 꺼낸 책이다.
구성 및 본문 요약
이 책의 구성은 Part 1: 짠내의 시작, Part 2: 90일간의 아프리카 - 여행의 시작, Part 3: 한국, 우간다 - 여행 후의 일상, Part 4: 미국 - 새로운 일상의 적응, Part 5: 다시 한국 - 살아가듯 여행하기 로 구성되어 있다. 파트별로 구성한 내용대로 그와 연계된 내용들을 자세히 적어두었다.
Part 1 짠내의 시작
저자는 어릴 적 경제적으로 힘든 삶을 살아야 했음을 설명한다. 사춘기 시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인해 단칸방에서 살게 되었고 동시에 부모님의 이혼을 경험한다. 그러한 시간 속에서도 여행에 대한 갈망이 시작되고 아프리카로 떠나가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준비의 대부분은 돈을 모으는 것이었으니, 휴학을 한 후 여러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돈을 악착같이 모은 작가는 아프리카 여행을 위한 준비를 마치게 된다.
매일 점심밥으로는 봉지에 밥과 김치 따위를 넣고 주무른 주먹밥을 싸 다녔다.
천 원 한 장이 아까웠고, 지금 좀 덜 먹고 아끼면
여행지에서 맛있는 밥 한 끼 더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p. 43)
Part 2 90일간의 아프리카 - 여행의 시작
대략 90일 정도의 여행 일정을 계획한 저자.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보츠나와, 잠비아, 말라위,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로 이어지는 여행에서 만난 한국인 분들께 친절한 도움을 받기도 하고, NGO와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사진촬영과 보조 역할을 수행하며 추억을 쌓는다.
Part 3 한국·우간다 - 여행 후의 일상
아프리카 여행 이후 저자는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갈 기회가 생긴다. 특별한 절차가 부여되지 않는(?) 우간다식 일처리로 인해 대학교수가 되기도 하고 학생들과 함께 유투브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한다. 그 과정 속에서 크나큰 외상은 없지만 일정 구간의 기억을 모두 상실하게 만든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기도 한다.
"이 바닥에서 계속 일하고 싶으면 글 내리는 게 좋을 것 같아."
격려도 조언도 협박도 아닌 그 사이쯤 어딘가.
전화를 끊자마자 눈물 줄기가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일부러 더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억울해서.
이런 상황에서 돈도 빽도 뭣도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p. 159)
계속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마지막 양심으로, 꺼져가던 심지에 다시 작은 불꽃이 이는 기분이었다.
'이 엉망진항 볼품없는 인생을 영상으로라도 한번 기록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탄탄한 각본으로 잘 만들어진 한 편의 영화보다
거창한 교훈은 없어도 한 편 한 편이 즐거운 시트콤. (p. 167)
Part 4 미국 - 새로운 일상의 적응
우간다에서 다시 돌아온 저자는 서른 살의 근방에서 앞으로 모습을 고민한다. 그러다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LA에서 1년 남짓 일하게 되고, 이후 미국에서 더 머무르고 싶어 새로운 직장에 취업하였으나 근무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은 회사였기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책에 적힌 저자의 대부분 발자취는 '원지의 하루'라는 Youtube 채널에 모두 올라와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책을 읽으시면서 함께 병행해도 좋을 것 같다.
후기
MBC 예능 '유퀴즈'와 김태호 PD 연출의 '지구마불 세계여행'에도 출연하여 잘 알려져 있는 여행 유튜버인 '원지의 하루'의 일대기를 담은 책이다. 분류는 여행 에세이일지 몰라도, 20대를 여행으로 가득 채운 그녀의 삶이었기에 그녀의 자서전이라 해도 민망하지 않을 책이라고 본다. 10대 시절, 부유하지 못했던 시기의 불편함과 여러 감정들을 지나 20대에 떠난 여행은 그녀의 인생을 참 많이도 바꿔놓았더란다.
30대 중후반의 나이에, 최근에서야 알려진 '원지의 하루'의 과거를 이렇게라도 알 수 있게 되어 다행이랄까. '기째기째' , '맛있는고~', '마저 아니여~' 등 특유의 유쾌한 말투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그녀이기에 지금의 밝고 긍정적이고 쿨하고 유쾌한 모습만이 다가 아니었다는 것을 새삼스레 알게 해 주었다.
물론 그녀의 유투브 채널에도 과거의 이야기들이 많이 녹아내려져 있지만, 영상과 글에 담긴 언어의 온도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책으로 접한 그녀의 감정들이 더 생생했었고. 아무래도 영상은 얼굴 표정과 순간순간 사용되는 언어를 필터링하는 횟수가 적을 수밖에 없으니 담을 수 있는 내용이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본다. 분명 각각에 사용한 언어의 사용에도 차이가 있었을 것이니.
책의 말미에는 Q&A 항목들을 정리해 두었는데, 그중 '유튜버를 하면서 뿌듯할 때는 언제고 후회될 때는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에 그녀는 "클라이언트의 주문에 맞추는 것이 아닌 그저 내 마음 가는대로 영상물을 만들어 세상에 공유할 수 있는, 나만의 채널이 있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진심으로 큰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라고 답한다. 그래서 그녀는 이 책의 제목도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라고 한 것이겠지.
어릴 때 꿈꾸던 아프리카 여행을 현실로 그려내었고, 이후 무수히 많은 고민과 현실의 벽에 부딪혔으나 그녀의 세계에서 하고 싶은 일들을 착착 찾아서 해내던 것이었고. 결국 그녀만의 스타일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 웃음이 되기도 하여 여러모로 성공을 거두었으니. 자기가 마음 가는 대로 산다고 해서 결코 틀린 것만은 아닐 테다. 되려 그것이 스스로에게 무언가를 할 만한 동기를 부여하고, 더욱 강력한 추진력을 선사한다면 그로 인해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원지의 하루'를 알게 되신 분들이라면, 또한 여행해도 관심이 많으신 분들이라면 그녀의 여행에세이(라고 분류되지만 한 개인의 자서전)를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여행뿐만이 아니다 - 그녀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일궈내고 시도하려 했던 모습들을 읽고 있노라면 감탄을 하게 되는 지점은 단연코 여행뿐만이 아니다.
단순히 그녀를 여행유튜버로 바라보고 이 책에 접근하지 않아도 된다. 여유롭지 못한 가정형편에서도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깊은 고찰('원지의 하루'는 자신의 고찰을 '톱밥꼰쥬'라는 별도의 Youtube 채널에서 발산하고 있다, 주채널에 비하면 영상 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공감되는 이야기를 자주 하므로 한 번 방문해 보시길)을 통해 지금의 '원지의 하루'를 만들어낸 한 개인의 투쟁기,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를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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