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학에의 권유』 - 다카하시 사토시 | 구성·본문 요약·후기·도서리뷰

강렬한 빨간색 표지가 눈을 사로잡아 읽게 된 책, 『서지학에의 권유』이다. 표지에 그려진 수많은 책처럼, 중국의 문헌에 관심이 지대한 저자 다카하시 사토시 교수가 방대한 분량을 한 권으로 정리해 둔 책이기에 그 효율을 맛보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읽어야 한다고 보았다.

구성 및 본문 요약

목차를 열어보면, 마치 이것이 책인지 논문인지를 헷갈리게 만든다. 그만큼 체계적으로 정리가 잘 된 정보라고 할 수 있겠다. 크게 아래와 같이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 서지학에서의 권유

1장에서는 가장 먼저 '서지학'이 무엇인가에 대해 설명한다. 관련하여 서지학과 문헌학의 차이를 알아보며, 중국 문헌학의 현황을 검토한다. 이 장에서는 '선본'이 집중적으로 크게 다루어지기에 선본의 가치관, 선본의 수집, '영본'과 '족본' 등이 소개된다.

2 서적의 생애

2장에서는 서적의 역사적 발자취를 다룬다. 20세기 초반부터 말미에 이르기까지의 시간들 속에서 서적의 모습을 안내한다. 이어서 '서적의 탄생'이라는 제목 하에 서적, 저자, 서문, 사본 등의 개념을 면밀히 설명한다. 탄생의 대척점에 선 종언의 내용도 다루어지게 되어 서적의 해체 작업과 자료 보존 등에 대해 다루어진다. 추가적으로 재조와 감정에 대해서도 논해진다.

3 서지학의 미래

'양수경'과 '네모토 쓰메'라는 인물들을 통해 이루어진 서적의 구입과 교류, 이동에 대해 서술한다. 이와 함께 고적의 유통사 연구와 고적 보사에 대해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서지학의 실현과 미래를 주제로 한 저자의 서술로 마무리된다.

후기

옮긴이의 말에 따르면, 저자가 서지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서술하였다고 밝힌다. 그러나 분명 비전공자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게 서술된 것은 맞으나, 용어 자체가 너무나도 생소하기 때문에 이에 먼저 익숙해지지 않는다면 글 전체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고 보았다. 글 중간중간에 보이는 한자어들도 어려움에 한몫을 하고 있다. 물론 웬만한 한자어들은 번역이 되어 있으나, 책에서 인용된 문장이나 구를 원문 그대로 즉 한자어 그대로를 작성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한글 번역은 제공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다행인 점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 책의 체계성은 논문에 머지 않을 정도로 높은 편이나, 절대 서지학 개론서가 아니기에 저자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글의 내용이 읽기 수월했다는 것이다. 또한, 여타 서지학 관련 서적들과는 다르게 풍부한 도판을 사용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사고 있다. 가뜩이나 여러모로 난이도가 있는 글인데 사진을 보면서 눈을 풀 수 있었다.

이 책은 중국 근현대 시기 문헌학(서지학)과 일본 서지학을 융합하여 접근함으로써 서지학을 정치 사회적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중국에서는 '문헌학'으로, 일본에서는 '서지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의 문헌학이 정치적 불안정성이 증대되었던 20세기 초반 민국 시대에 전성기를 맞이하였고, 최근 들어 국가적 차원의 발양으로 부흥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수많은 책을 수집한 저자, 다카하시 사토시 교수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미니멀리스트라는 명목하에 전자책만을 우선적으로 고수하는 나의 현생과 너무나 대조되었달까.

서지학에의 권유

『서지학에의 권유』은 몇 개의 기둥이 되는 중국 문헌학의 정신을 서술한 책이다. 이 책에 제시된 기본 사항이나 기본 도서에 부딪혀보면 문헌학의 실천에 관련된 대체적인 소양을 지닐 수 있게 될 것이다.